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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집 맛난 얘기] 전국 순대 맛집
Date. 2020.09.10
Hit. 1,030

[맛난 집 맛난 얘기]
 
전국 순대 맛집

 

최근 도축 후 남아도는 소, 돼지 부산물 처리에 관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이 내장 등 부산물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물 연구 전문가인 국립축산과학원의 성필남 박사는 “위생적 처리만 전제되면 부산물은 부가가치가 높은 식재료이자 의약품 자원”이라고 말한다. 일부 내장은 양질의 단백질원인데 폐기되는 양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식량자원’ 측면에서 부산물에 대한 시각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나마 순대와 순댓국이 부산물 활용도가 가장 높은 음식일 것이다. 업력과 내공이 탄탄한 전국 유명 순대 전문점 네 곳을 찾아봤다. 이들은 순대와 육수를 직접 만들고 꾸준한 개발 노력을 기울이는 점포들이다.

 

전통에 근거해 순대의 새 트렌드 선도
 
서울 대학로 <순대실록>

 

4대1.jpg

순대실록

 

이 집은 1999 <신의주 순대>의 원조로 출발했다. 아직도 당시 주방장이 주방을 지키고 있다. 원목의 색과 질감을 살린 레스토랑 같은 실내에는 공연을 보러 온 듯한 젊은이들과 가족단위 손님이 대부분이다. 이 집은 순대에 대한 기존의 편견과 선입견에서 가장 멀리 위치한 순대 전문점이다. 그 중심에 주인장 육경희(53) 씨가 있다.
 
육씨는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까지 누구나 친근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무얼까 궁리하다가 순대를 생각해냈다. 그러나 기존 순대로는 난망한 일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확장해가며 스테디셀러가 될 만한 새 순대를 5년간 개발하고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시의전서’라는 옛 조리서를 만났다. 우리 전통 순대 조리법이 수록된 책이다.
 
이 집에서는 순대를 ‘슌대’로 표기한다. 이는 ‘시의전서’의 슌대를 순대의 정통으로 삼고 그 맥을 이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선지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손님을 위해 개발한 백순대(야채순대)가 대표적 사례다. 선지를 빼고 계란과 채소를 보강해 순대를 못 먹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선지를 넣은 일반 순대와 구성한 ‘전통찹쌀슌대’(작은 접시-12000, 큰 접시-2만원)라는 메뉴로 맛볼 수 있다
 
각종 견과류와 살코기, 야채로 소를 채운 순대스테이크(14000)는 초벌로 삶은 순대를 철판에 구워 스테이크처럼 잘라먹는 메뉴다. 방송인 사유리 씨가 “꼭 스테이크처럼 맛있다!”고 말해 메뉴 이름도 ‘젊은슌대’에서 ‘순대스테이크’로 바꿨다. 수제 맥주인 에일과 바이젠(5000)을 곁들이면 순대 맛도 맥주 맛도 금상첨화다.
 
슌대철판볶음(25000)은 선지순대, 백순대, 머릿고기에 양념장을 넣고 치즈떡 등 온갖 재료를 투입해 볶았다. 돼지 누린내가 나지 않고 갖가지 재료가 내는 다양한 맛이 일품이다. <순대실록>의 가마솥에는 1 365, 하루 24시간 불을 지핀다. 솥에서 돼지 사골을 고아 육수를 만들어 순댓국 국물로 쓴다. 잡내 없고 고소한 국물의 슌대국밥은 7000원과 9000()이다.
 
육씨는 전세계를 돌며 다양한 돼지고기 문화와 순대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에 나가 직접 자신이 개발한 순대를 소개하기도 했다. 육씨의 꾸준한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어 외국인 손님도 부쩍 늘었다. <순대실록>은 앞으로 매분기마다 새 메뉴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시의전서’의 순대 역사였다면 앞으로는 자신들이 우리 순대의 역사를 써나가겠다는 각오다.
 
서울 종로구 동숭길 127 우성빌딩, 02-742-5338

 


 
 
돼지사골로 고아낸 보양식 같은 순대국
 
충남 천안 <충남집순대>

 

충남집순대

 

1960년대 이후 병천에 축산물 가공공장이 생기면서 그 부산물로 순대를 만드는 집들이 생겨났다. <충남집순대>도 그중 하나다. 시할머니와 시어머니(85)를 거쳐 지금은 며느리 이관희(59)씨가 3대째 이어오고 있다.
 
순대는 한 접시에 1만원이다. 가격에 비해 무척 푸짐하다. 접시 한 쪽에 내장과 부속도 함께 내준다. 곱창을 껍질로 써서 순대가 가늘다. 길쭉하게 잘라주는데 자른 단면에 당면이 삐죽 나와 다소 어수선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오히려 입맛을 자극한다.
 
순대 속은 돼지고기, 표고버섯 등 퍽 충실하다. 무엇보다 양파와 양배추를 많이 넣는다고 한다. 입자가 비교적 큰 편이고 당면도 적지 않게 눈에 보인다. 돼지 잡내가 전혀 없다. 순대를 입에 넣으면 미약한 단맛이 첫맛으로 느껴진다. 다음 순간 고소한 맛이 입 안 전체에 자리 잡는다.
 
이 집은 순대도 맛있지만 순댓국(6000)이 훌륭하다. 반 개방식 조리실에 걸린 가마솥에서 사골 끓이는 모습을 손님들도 볼 수 있다. 이 가마솥에서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돼지사골을 하루 종일 고아낸다. 이렇게 끓인 육수를 뚝배기에 토렴해 낸다. 어느 정도 순대국이 줄어들면 다시 일정량의 사골을 투하한다. 그렇지만 맛이 항상 쪽 고르다. 무엇보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도 이런 맛을 내는 게 신기하다.
 
손님에게 내가기 전, 티스푼으로 곱게 빻은 후춧가루를 한 스푼 넣는다. 그래서 그런지 순댓국에서 전혀 돼지 냄새가 나지 않는다. 기름도 말끔하게 제거됐고 흔히 순댓국에 넣어 먹는 부추도 이 집엔 없다. 부추를 넣지 않아도 국물이 워낙 담백해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입에 국물을 넣으면 한참 고아낸 사골의 고소하고 깊은 맛이 올라온다. 먹고 나면 입술에 묻은 콜라겐이 진득하게 느껴진다. 마치 보양식을 먹은 기분이다. 기호에 따라 들깨 가루와 양념장(다대기), 잘게 썬 청고추를 넣어 먹을 수 있다.
 <
충남집순대>의 김치 맛은 수준급이다. 최적의 산도와 온도와 염도를 갖췄다. 상에 내놓은 김치가 적지 않은 양인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더 달라고 한다. 아니다 다를까, 김치 담그기는 여전히 팔순의 시어머니 몫이었다.
 
충남 천안시 병천면 병천리 166-21, 041-564-1079

 


 
 
촉촉하고 부드러운 ‘피순대’의 명가
 
전북 전주 <조점례 남문피순대>

 

조점례 남문피순대

 

<조점례 남문피순대>는 옥호에 드러나듯 피순대 전문점이다. 남부시장엔 이 집 말고도 피순대를 파는 집이 몇 곳 더 있지만 피순대의 전통을 가장 잘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집의 주인장은 조점례(80) 할머니는 아직도 현역이다. 1960년대 말부터 전주 남부시장에 조 할머니를 비롯해 몇몇 피순대 집이 등장했다. 1970년대 초 당면순대 붐이 일자 잠시 당면순대로 바꾸기도 했지만 다시 오늘날까지 피순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얀 접시에 나온 순대(-1만원, -15000)는 마치 한석봉의 모친이 자른 듯 가지런하다. 순대는 유난히 짙고 어두운 갈색을 띠었다. 한 눈에 봐도 선지가 듬뿍 들어간 ‘피’순대다선지와 함께 표고버섯 양파 등 각종 채소, 그리고 돼지고기를 충분히 갈아 넣었다.
 
순대 속을 아주 미세하게 갈아 넣어 당면과 당근 외에는 무엇이 들어갔는지 맨눈으로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입자가 무척 작은데 선지를 다량 섞어 순대 속이 마치 죽처럼 부드럽고 촉촉하다. 입에 넣으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씹을 게 없다. 순대 껍질도 질기지 않고 이물감 없어 먹기 편하다.
 
이 집은 순대 집으로서는 특이하게 초고추장과 깻잎을 제공한다. 돼지 누린내는 나지 않지만 선지 특유의 냄새가 난다. 이게 싫을 경우 순대를 초고추장에 찍어 깻잎에 싸먹으면 된다.
 
순대국(6000)은 얼큰하고 매콤한 해장국 스타일이다. 순대 세 개와 잘게 자른 내장이 들어있다. 푸짐한 편은 아니지만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역시 잡내가 전혀 없고 후추향이 은은하다. 국물은 고추기름이 들어간 듯 붉은 색을 띠었다. 얼핏 닭육수 같은 느낌도 난다. 색깔은 무거운데 맛은 맑고 가볍다. 주방에서 손님에게 내가기 전에 고춧가루 마늘 파를 충분히 넣어 혹시 남아있을 지도 모를 잡내를 잡는다.
 
혹자는 전주 피순대를 프랑스의 부댕 누아르(Boudin noir)와의 연관성을 떠올리지만 별 상관없다. 조 할머니에게 전주 피순대의 원조가 여기 아니냐고 물었다. “가끔 물어보는 사람들 있는데, 난 피순대 원조도 아니고 우리 집이 제일 맛있는 집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 3 2-195, 063-232-5006

 


 
 
외국인도 잘 먹는 이북식 순대
 
부산 서면 <송정3대국밥>

 

송정3대국밥

 이 집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46년이라고 하니 역사가 무척 오래되었다. 한국전쟁 이전엔 연지시장에서 장사를 하다가 전후에 서면시장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해방 후 고기 유통업을 하던 남편의 고기를 가지고 부인이 처음 식당을 개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대는 역사가 오래된 음식인 만큼 그 분포도 전국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집은 부산에 위치했으면서 이북식 순대의 전통에 뿌리를 두었다. 순대 껍질은 대창을 쓰는데 이북식으로 찹쌀과 선지를 넣어 만든다. 처음 이북 사람에게 순대를 배운 할머니의 조리법에 바탕으로 두고 순대를 만든다고 한다. 정통 이북식 순대를 계승한 셈이다.
 
검은 색이 압도하는 가운데 씹을수록 차진 맛이 찹쌀순대(8000, 1만원)의 특징이다. 당면을 비롯한 순대 속이 입자가 굵은 편이어서 썰어놓은 단면이 마치 맥반석 무늬 같다.
 
식당 입구에 걸어놓은 커다란 가마솥에서 돼지 뼈를 곤다. 돼지 뼈와 함께 삼겹살, 항정살 등 고급육을 섞어서 국물을 낸다. 국물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순대국밥(6000)은 푹 곤 진한 국물에 파를 충분히 얹어준다. 새우젓과 소금 간을 한 부추를 함께 넣어 먹는다. 양념이나 간이 과하거나 세지 않다. 고소한 국물이 밴 국수사리를 먹는 맛도 좋다. 개성이 강하지 않은 국물과 건더기는 누구나 먹기 편하다. 심지어 외국인도 찾아와 먹을 정도로 그 맛에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적다.
 
이 집은 노포지만 옛 스타일의 순대만 고집하지 않는다. 꾸준히 젊은 세대들의 입맛에 맞는 순대를 내놓는다. 누드순대도 그 중 하나다. 젊은 손님들이 순대 껍질을 불편하게 여겨, 아예 껍질을 제거해 내놓는다. 주인장의 외국어 실력도 유창하다고. 중국어판 관광가이드북에 <송정3대국밥>이 소개돼 중국계 관광객이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 68번길 29, 051-806-5722
 
 
기고= , 사진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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