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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가 길거리 음식? 전통 있는 인류의 '소울푸드'죠"
Date.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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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는 떡볶이, 튀김과 함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다. 대단한 미식으로는 대우받지 못하는 순대의 세계를 깊고 넓게 탐구한 책이 나왔다. '순대실록'(BR미디어 펴냄)은 서울에서 순대 음식점을 운영하는 육경희 희스토리푸드 대표가 국내외에서 맛본 순대들을 살피고 순대 관련 기록들을 뒤져 완성했다.


육 대표는 2일 전화 인터뷰에서 "순대를 다루는 책을 쓴다고 하니 다들 '책이 되겠니' '누가 팔아주겠니'라고 걱정하더라"면서 "가까운 분들에게 책을 드리면서 끝까지 읽어봐 달라고 강조했다"면서 웃었다.


2011년 망해가던 순댓집을 인수한 뒤 맛있는 순대를 만들고자 전국 각지를 찾아다닌 것이 책 출간의 바탕이 됐다. 다양한 순대를 맛보다 보니 순대란 대체 무엇인지, 우리는 언제부터 어떻게 순대를 먹었는지에도 관심이 미쳤다. 순대를 길거리 음식 정도로 치부하는 세간의 인식도 순대를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육경희 희스토리푸드 대표
육경희 희스토리푸드 대표

 

 

"한식 연구로 이름난 분들도 순대는 우리 음식이 아니라든가, 고서에도 나오지 않는다든가, 그냥 길거리 음식이라고 말씀하더라고요. 주목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터부시하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죠."


책은 첫 장에서 순대의 어원부터 파고들면서 짐승의 주머니를 뜻하는 수대에서 순대로 바뀌었다는 설, 피와 창자를 의미하는 '생지두하'라는 단어가 순대가 됐다는 설 등 다양한 설을 소개한다.


문헌을 통해 확인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순대는 1670년 안동 장씨가 쓴 조리서 '규곤시의방'에 등장한 개순대(개의 창자로 만든 순대)다. 저자는 조선 말기의 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등장한 '도야지슌대'에 주목했다. 숙주를 비롯한 각종 채소와 양념을 피와 함께 주무른 다음 돼지 창자에 넣고 삶은 음식으로, 오늘날 순대의 근간이랄 수 있다.

 

 

"순대가 길거리 음식? 전통 있는 인류의 '소울푸드'죠" - 3


책에서는 서울과 속초, 횡성, 순천, 담양, 제천, 대전, 부산 등 각지의 순대를 소개한다. 종갓집에서 자란 덕분에 집에서 돼지를 잡은 뒤 부속물로 순대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던 유년 시절의 기억도 중간중간 등장한다.


우리 순대와 같은 듯 다른 세계 각지의 순대들도 흥미롭다. 지구 여섯 바퀴 반을 돌았다는 저자가 직접 맛보고 촬영하고 제조 과정을 지켜본 흔적이 담겨 있다. 책은 몽골 순대를 소개하면서 우리 순대의 기원이 몽골 병사들의 전투식량이라는 설도 반박한다.


육 대표는 "우리나라는 그래도 외국과 비교해 순대 식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편"이라면서도 "순대가 획일화되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가령 강원도 오징어순대는 한 공장에서 만드는 걸 20개 가까운 식당에서 받아서 쓰기 때문에 맛이 특색이 없는 경우가 있죠."


육 대표는 고급 식당의 코스 요리에도 등장하는 스페인 순대 모르시야와 세계 각지의 순대와 비슷한 제주의 전통 순대 수애를 가장 인상적인 순대로 꼽으면서 "사실 모든 순대가 특색 있고 사랑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대는 진정한 우리 음식이자 전통이 있는 인류의 '소울 푸드'"라면서 순대 연구에 더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