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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우습게 보는 이탈리아 요리사들 대신 시작… 본고장 대회서 우승까지 3년 걸렸죠"
Date.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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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피자 경연대회에서 한국인이 최초로 우승했다. 서울 대학로 '핏제리아오' 이진형(46) 셰프가 지난 8~9일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열린 '피자 월드컵' 메트로·팔라(Metro·Pala) 피자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매년 로마에서 열리며 올해로 17회를 맞은 피자 월드컵은 나폴리에서 열리는 '월드 챔피언십 오브 피자이우올로(pizzaiuolo·피자 장인)', 파르마에서 열리는 '월드 피자 챔피언십'과 함께 세계 3대 피자 대회로 꼽힌다. 피자 월드컵에는 마르게리타·이노바티바(창작)·프리타(튀김) 피자 등 7개의 본선 부문이 있으며, 이 중 메트로·팔라 피자는 길이 1m의 메트로 피자와 길이 약 60㎝인 팔라 등 일반 피자보다 크고 길쭉한 피자를 얼마나 잘 굽느냐를 평가한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20개국 290여 명의 피자 장인이 참가했으며, 메트로·팔라 부문에서는 70여 명이 경합을 벌였다.

 

이진형 셰프는 “메트로 피자는 일반 피자보다 훨씬 길고 커서 굽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이 셰프는 국내에서 '규현의 피자 스승'으로 유명하다. 예능 프로그램 '강식당 3'에서 강호동·이수근·슈퍼주니어 멤버 규현에게 피자 만드는 법을 가르쳤고, 이들이 판매한 3가지 피자를 함께 개발했다. 하지만 이 셰프는 요리사 출신이 아니다. 그가 피자를 본격적으로 만든 건 3년에 불과하다. 그의 정식 직함은 핏제리아오를 운영하는 외식업체 '희스토리푸드' 부사장. 희스토리푸드 경영을 총괄하던 이 부사장이 피자 만들기에 직접 뛰어든 건 "이탈리아 요리사들이 피자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아서"였다. "이탈리아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요리사들은 피자를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거든요."

겨우 뽑아놓은 이탈리아 요리사들이 떠나는 일이 이어졌고, 이 셰프는 "이럴 바에는 내가 직접 피자를 만들어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에는 나폴리 유명 피자집 주방에서 4개월간 무보수로 일하며 피자 만들기의 기본을 다졌다.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었던 이 셰프는 지난 9월 나폴리 대회에 참가해 메트로·팔라 부문에서 5위에 올랐고, 이번 로마 대회에서 재도전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0대 때부터 피자를 만들어온 피자 장인들은 반죽을 치는 것부터 달라요. 그런 분들 사이에서 제가 우승한 건 정말 운이 따라줬기 때문인 것 같아요."

피자가 잘 만들어졌는지 먹어보지 않고도 판별하는 방법으로 이 셰프는 "크러스트와 치즈를 보라"고 했다. "크러스트에 누릇누릇 먹음직스러운 '표범 가죽 무늬'가 올라와야 합니다. 하지만 크러스트와 바닥이 절대 타서는 안 되지요. 모차렐라 치즈는 완전히 녹아서 잡아당기면 죽 늘어나야 하지만 너무 익어 끓어 넘쳐서도 안 되고요."

이 셰프는 "피자는 밀가루와 물, 소금, 토마토, 치즈 등 몇 안 되는 재료만으로 만드는 단순한 음식이지만 파고들수록 그 세계가 깊고 어렵다"고 했다. "밀가루와 물은 어떤 걸 쓰느냐, 소금은 몇 g을 쓰느냐, 오븐 온도는 얼마로 하느냐, 장작 오븐으로 굽느냐 가스 오븐으로 굽느냐, 반죽 발효는 몇 시간 하느냐 등 미세하게 조정하는 대로 맛이 달라집니다. 이탈리아에서 배운 정통 방식 그대로 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같은 맛이 나오지도 않고요. 한국과 이탈리아 등 국가별 손님 입맛 차이까지 고려하면 정말 끝이 없어요."

피자가 탄생한 나폴리는 전통을 엄격하게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셰프는 "나폴리 피자집들도 시대에 맞춰 맛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단단하달 정도로 차지고 쫄깃한 도우(dough·피자 빵 반죽)를 선호했어요.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구름처럼 폭신하고 부드러운 도우를 좋아합니다. 이런 도우를 사용해 가운데는 아주 얇고 바삭하게, 크러스트(crust·테두리 빵)는 빵빵하게 식감의 콘트라스트를 준 스타일의 피자가 트렌드입니다." 이 셰프는 "정통 나폴리 피자란 결국 그때 구할 수 있었던 최고의 식재료를 활용해 만들어낸 그 당시의 가장 맛있는 피자"라며 "시대와 취향 변화에 따라 최고의 맛을 추구할 뿐 '전통' '정통'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을 이번 대회에서 얻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