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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별 모양 돋보이는 ‘크리스마스 피자’를 아시나요?
Date. 2021.02.04
Hit. 1,783

크리스마스트리 별 장식 같은 ‘스텔라 피자’

이탈리아 대형피자대회 한국인 최초 1위 한 이진형
“1944년 나폴리 피자 가게에서 개발한 피자”
크리스마스 때 특히 찾는 이 많아
“크리스마스 피자는 역사가 오래 됐어요. 1938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문 연 ‘다 아띨리오’(da attilio)에서 1944년 세계 최초로 별 모양 피자를 만들었죠. 테두리를 별 모양처럼 빚고, 그 안엔 리코타치즈를 넣었습니다. 위엔 프로슈토(이탈리아 햄), 루콜라, 파르미자노 치즈를 올리죠.” 개발자는 이 피자에 ‘까르니발레’(축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씨를 통해 한국에 넘어오면서 ‘까르니발레 피자’는 ‘스텔라 피자·크리스마스 피자’가 된 것이다. “개발 당시 나폴리에선 센세이션했다고 들었어요. 둥글지 않은 도는 아무도 생각 못 한 것이죠. 다 아띨리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설 정도로 명소가 되었습니다.”
‘제17회 로마 피자 월드컵’의 ‘메트로·팔라’ 부문 팔라 파트에서 1위 한 이진형씨. 사진 희스토리푸드 제공
피자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가득한 먹거리이기도 하다. 2년 전 ‘나폴리 피자 조리법’이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미국의 주장은 피자가 이탈리아 음식이지만, 지금처럼 세계적인 먹거리가 된 데는 대형화와 레시피의 체계화 등을 이뤄낸 자신들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결과는 이탈리아 승리였다. 한국에도 재밌는 얘깃거리는 많다. 1970년대 국내 최초 피자 판매점이었던 워커힐호텔 피자힐에서는 피자를 먹으면서 맞선보는 남녀가 많았다. 그들도 낯선 음식이라서 어색하게 먹는데, 그 모양새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했다고 한다. 당시 피자는 ‘고급 중에서 고급’인 먹거리였다. 이런 한국 피자 역사에 이씨의 이름이 한 줄 오르게 됐다.
난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17회 로마 피자 월드컵’의 ‘메트로·팔라’(대형피자)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한 것이다. 로마 피자 월드컵은 ‘나폴리 세계 피자이올로 챔피언십’, ‘파르마 세계 피자 챔피언십’과 함께 이탈리아 3대 피자대회다. 올해 대회엔 20여개국에서 모인 3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그중 ‘메트로·팔라’ 부문에서 팔라 파트에 도전한 이는 70여명. 그가 폭 30㎝, 길이 60~70㎝ 도에 훈제 연어 등을 올려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일본 선수들은 빨간 새우를 바삭하게 튀겨 올렸는데, 그 모양이 어찌나 예쁘던지 살짝 걱정도 됐다”고 그가 회상했다. <티브이엔>(tvN)의 프로그램 <강식당 3>에 출연해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에게 피자를 가르쳐준 적도 있는 이씨는 “앞으로도 더 열심히 맛있는 피자 만들기에 도전하겠다”고 말한다.

 

이진형씨가 만든 일명 ‘크리스마스 피자’. 박미향 기자

 

크리스마스 때면 회자되는 영화가 있다. <나 홀로 집에>가 대표적이지만, ‘크리스마스 영화’하면 역시 로맨스물 <러브 액츄얼리>가 으뜸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런던의 19명 남녀 주인공들이 펼치는 다양한 색깔의 사랑을 다뤘다. 주제곡 ‘올 유 니드 이즈 러브’는 캐럴 다음으로 이맘때 거리에서 흘러넘치는 노래가 아닐까. 특히 주인공 마크(앤드루 링컨)가 친구의 신혼집에 가서 그의 아내에게 ‘스케치북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은 전 세계적으로 패러디 영상이 넘쳐날 정도로 화제였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음식’은 있을까? 아마도 거창한 식탁 위에 놓인 칠면조구이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칠면조구이만 있을까?


지난 13일 오전 11시30분. 한겨울이라지만, 활활 참숯이 타오르는 화덕 앞에서 조리하는 건 여간 고생스러운 일이 아니다. 서울 대학로에 있는 피자 가게 ‘핏제리아오’ 총괄 셰프이자 외식업체 희스토리푸드 부사장인 이진형(46)씨의 뺨엔 땀방울이 맺혔다. 그는 피자 도(dough·피자 반죽)를 열심히 펴고 늘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모양이 특이하다. 둥근 형태의 도가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 시카고피자처럼 높지도 않다. 도의 바깥쪽은 삐죽한 8개의 큰 가시 같은 것으로 꾸며져 있었다. 언뜻 보면 외계 행성의 비행선 같다. 이씨는 말했다. “별 같지 않아요? ‘스텔라’ 말이에요. 메뉴판에 ‘스텔라 피자’라고 적었지만, 우린 이 피자를 ‘크리스마스 피자’라고 불러요.” 크러스트(피자 테두리)를 삼각형 모양으로 빚어 피자가 크리스마스트리 맨 꼭대기에 달린 별처럼 보이게 만들었기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서울 대학로에 있는 피자 가게 ‘핏제리아오’ 총괄 셰프. 박미향 기자


이씨가 ‘크리스마스 피자’를 배운 곳은 이탈리아 나폴리다. 2017년께 일이다. 그는 7년 전부터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면 피자 종주국의 맛을 익혔다. 베라피자협회 스쿨 3주 과정을 마쳤고, 나폴리에서 내로라하는 피자 가게 여러 곳에서 견습생 생활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피자는 요리가 아닌, 우리로 치면 김밥 정도로 생각하는 요리사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입사한 요리사들이 몇 달을 못 채우고 퇴사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이탈리아 가서 배워 직접 조리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피자는 요리사들이 앞다퉈 배우려는 고급음식은 아니었지만, 여러 종류의 협회가 있을 정도로 체계적인 시스템이 작동하는 먹거리였다고 한다.